동대문 도매쇼핑몰 밀집 지역에 위치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자리에 패션산업을 선도할 ‘서울패션혁신허브’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1월 말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도심제조업 집적지에 스마트 앵커 20개와 기동본부 부지에 서울패션혁신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올해 안으로 자산교환 방식으로 기동대 부지를 확보하고 인근 지역 종합개발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 중 서울패션혁신허브와 스마트 앵커 조성 사업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봉제 등 도심제조업 재도약에 사활
서울시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오는 2022년까지 3조4천4백억원의 투자계획을 담은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지난 1월 31일 발표했다. 2022년까지 서울 곳곳에 창업과 기업지원 시설 66개가 새로 생기고 9,396개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입주하며, 5년간 총 6만2,533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청사진이다.
서울의 성장판을 키워 서울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내용은 ▲봉제·수제화 등 도심제조업의 재도약 ▲세계 수준의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조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도심형 R&D 단지 조성 ▲문화 콘텐츠 산업의 육성 ▲혁신창업 친화적 기반 조성 ▲테스트베드 도시 조성 등 6대 분야 23개 전략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봉제·수제화 등 도심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도심제조업 집적지에 스마트 앵커 20개 및 동대문에 서울패션혁신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30여만 명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으나 낙후된 시설과 낮아진 산업경쟁력으로 침체된 봉제·수제화·주얼리 등 도심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앵커시설 20개를 만들어 1,000개 업체를 입주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저렴한 임대비용으로 입주한 업체들은 협업을 통해 일감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며, 지역 내에 흩어져있는 영세 제조업체와 소공인들이 분야별 클러스터를 구축해 스마트한 환경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자연스럽게 교류‧협업하며 산업적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대문의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부지는 정부와 자산교환을 통해 확보, 서울패션혁신허브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곳에서는 패션산업의 기획 디자인부터 제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이루어지며, 세계 유수의 패션스쿨과 연계해 패션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패션산업 전 단계가 동대문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한다.
‘메이드 인 서울’ 브랜드를 도입해 서울산 제품이 제 값을 받고 팔릴 수 있도록 홍보와 마케팅 지원에도 나선다. ‘메이드 인 서울’은 서울을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와 같은 명품 패션을 상징하는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가장 먼저 추진할 사업은 봉제공을 장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외에서 봉제 전문가를 ‘소잉 마스터’라고 부르며 대우해주고 있는 것처럼 작업 환경과 인식을 개선해 선진국처럼 봉제 인력이 장인으로 대접받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봉제업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패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디자이너와 이들을 최대한 빨리 연결해주기 위해서다. 스타트업과 디자이너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면 이를 제조한 봉제공들이 이탈리아 공방의 장인과 같은 대접을 받게 하는 게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부터 디자인, 유통 마케팅까지 패션산업 전반에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소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소공인 협업화’ 사업을 통해 협동조합 구성부터 역량강화 교육까지 소공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량일감처리와 품질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 앵커 우선입주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기동본부 이전 부지 올해 안에 결정
서울패션혁신허브가 들어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뒤편, 도매쇼핑몰 밀집 지역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따라서 동대문 내에서도 핵심 부지로 손꼽힌다. 동대문 관계자들은 이곳에 상인들을 돕고 수출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설들이 들어와 상권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소매 판매업체만 몰려 있는 지금의 현실로는 동대문을 세계적인 패션 메카로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이를 반영해 지난 2007년 경찰청이 기동본부를 이전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대체 부지를 물색해 왔다. 지난 2016년 3월에는 서울시가 소유한 서초동 서울소방학교(3만6176㎡), 종로구 적선동 주차장(3671㎡) 부지를 경찰청 소유의 신당동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1만8524㎡), 종로구 창신동(2만5823㎡) 부지와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기동대가 도심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과 함께 서초구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계약 체결이 답보 상태에 있다.
이런 가운데 용산의 방사청 건물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은 서울 도심에서 떨어진 서울소방학교보다 도심까지 15분이면 출동할 수 있는 방사청 건물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방사청 건물에는 국군방송, 국방일보, 국군복지관 등 국방부 시설이 잔류하고 있어 이 기관들이 먼저 이전하지 않는다면 기동본부가 쓸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어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기동본부가 방사청 건물과 소방학교로 쪼개져 입주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해 관계자가 많아 협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미래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동대문 경찰청 기동본부 부지를 자산교환을 통해 패션혁신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기동본부로 쓸 만한 서울시 땅과 서로 교환하도록 했다”며 “현재 대체 부지를 몇 군데 제시한 상태로 기재부 장관에게 특별히 요청도 해 빠른 시간 내에 교환이 합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부지 이전 계획을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늦어도 2023년까지는 기동본부 부지에 서울패션혁신허브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전 계획이 늦어지면서 부지 활용 방안도 달라지고 있다. 2016년 당시 서울시는 기동본부 부지에 민간임대형식의 패션산업단지를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며 서초구 소방학교 부지와 맞교환을 추진했다. 패션단지와 함께 호텔, 도심공항터미널 등 외국인을 위한 관광시설 입주도 검토했다. 다분히 중국인 관광객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하지만 사드 이후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서울패션혁신허브는 전문 패션스쿨을 설립해 글로벌 패션인재를 육성하고는 공간, 디자이너와 제조를 연계하는 협업 플랫폼 네트워크 공간, 혁신적인 원부자재를 연구하는 테스트 베드 및 판매유통 지원 공간으로 활용돼 종전 계획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대문/인디브랜드/K패션정보지 디인사이트제공(http://dinsight.co.kr/) |